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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잡담

얕은 것이 더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

가볍게, 즐겁게 푸른낙엽 2019. 2. 2. 21:08


사진 출처 : WINE FOLLY

0.얕은 것이 더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들

얕음에 관해서 오늘 친구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얕은 관계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오히려 오랫동안 알았던 친구들과는 깊은 이야기를 나누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나에 대해서 많이 알고 있다는 점이 제약을 가하기 때문인데, 편안한 관계가 오히려 독이 되는 케이스라고 생각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얕은 관계의 경우에는 어차피 안 보면 그만이니 아무 얘기나 할 수 있습니다. 내 안에 솔직한 이야기 깊은 이야기 추한 이야기 때로는 조금 꺼려지는 이야기 까지.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화제에 대한 제약없이 자유로울 수 있는 것이 얕은 관계의 장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오늘 친구와 이야기를 하면서 이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나니 얕음이 아름다워 보였습니다. 전에는 다가가서는 안 되는 금단의 영역으로 얕음이 느껴지는 데 지금은 코랄빛 바다처럼 자꾸만 쳐다보고 싶은 대상으로 느껴집니다. 

와인도 마찬가지입니다. 깊은 맛만 추구하다가는 와인의 섬세함에 대해 잊게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애시당초 와인은 얕음의 영역을 가지고 노는 분야라고 생각됩니다. 딸기향이 난다고 해도 그 향이 절대 진하지 않고 희미합니다. 처음 시음하게 되면 이게 무슨 딸기향이야 싶을 정도고 초콜릿 향미가 강하다고 해도 전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와인에서의 향은 얕다라는 전제를 가지고 다시 접근하게 되면 이전보다 더 강하게 향미가 느껴지고 얕은 그 향미 사이에 느끼지 못했던 다른 향미까지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얕기에 오히려 자유로워지는 것이죠. 앞서 얘기했던 얕은 관계처럼요. 




사진 출처 : VIVINO

1. 선입견에 관해서

사람을 많이 만나다보면 선입견이 생깁니다. 이 사람은 이럴거야라는 것을 얼굴만 보고 바로 판단이 설 때가 있는데 예전에는 이런 생각들이 좋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반대입니다. 편리합니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그 인상이 맞을 때가 종종있습니다. 슬픈 일이죠 어떤 사람을 깊게 알려고 하지 않고 쉽게 판단해버리고 거리를 둬버린다니. 그런데 가끔 첫인상으로 가진 판단이 맞을 때, 아 결국 첫인상이란게 괜히 존재하는 것이 아닌가 싶네요. 

아마 이런 요소 때문에 와인 라벨에 많은 와이너리들이 공을 들이는 것 같습니다. 정말로 눈이 가는 라벨들이 있습니다. 디자인이 이뻐서 괜히 관심이 가게 되는 그런 와인들이요. 아무래도 요즘은 보여지는 시대이다 보니, 특히나 인스타그램을 통해서 자기 PR을 자주 하는 시대이다보니 이런 이쁜 라벨의 와인들이 더 사랑받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라벨은 갸또 네그로와 클라우디 베이입니다. 고양이 캐릭터를 활용한 심플한 라벨의 갸또 네그로 / 그리고 공허한 멜랑꼴리 분위기를 자아내는 클라우디 베이는 보고 있으면 하나의 작품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사진 출처 : THE LAMB INN

2. 안 하는 것도 하는 것만큼 중요하다. 

열심히 해야한다 이 생각으로 계속 지내왔던 것 같습니다. 열심히가 아무래도 추구되는 미덕 중 하나니, 이것이 틀릴 것이라는 생각은 저도 그렇고 제 주변에서도 많이 안 했습니다. 그런데 상황 여하에 따라 열심히 한다는 것은 무언가를 무시하고 전력질주하고 있다는 의미일 수 있었습니다. 

최근에 팀으로 발표를 하나 준비했는데, 처음에는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싶어서 그 부분에 대한 준비를 열심히 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각도를 달리 해서 생각해보니 당시 저에게 부족한 건 부족한 부분을 메우려는 노력이 아니라 여유였습니다. 오히려 열심히 하지 말고, 그 부분의 부족함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현장에서 실수도 하는 여유를 보여주는 편이 더 발표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판단이 섰습니다. 실제로도 그랬고, 그런 방식으로 일을 수행해 좋은 결과를 얻었습니다. 

하는 것만큼 안 하는 것도 중요함을 알게 된 순간이었습니다. 

보졸레 누보는 의도적으로 오크통 숙성을 길게 하지 않았습니다. 갓김치처럼 갓 숙성시킨 와인을 바로 시장에 출시한 것이 바로 보졸레 누보인데, 꽤나 생생한 프루티함을 선사해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관행으로 여겨진 숙성 과정을 보졸레 누보는 하지 않았기에 화제가 될 수 있었고, 모순적으로 오래 사람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기존 와인 생산 기조의 역행한 사례인데도 불구하고 잘 된 케이스이죠. 이런 것을 보면 열심히 하는 것만이 항상 답이 될 수는 없다는 것을 다시 생각해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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