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1. 빗소리가 들리는 듯한 - 날씨를 품은 와인들

오늘 오랜만에 미술관에 다녀왔습니다. 디 뮤지엄에서 날씨를 표현한 작품들을 만나고 왔는데 오랜만에 전시회인지 재밌었습니다. 다만 한남동까지 가느라 조금 진땀빼긴 했네요. 날이 많이 풀리긴 했지만 여름은 여름입니다. ( 사진 : mulpix.com )

그래도 아이디어가 좋았습니다. 날씨를 직접 느끼게 해주는 공간들이나 사진들이 인상깊었는데, 오늘은 그런 날씨를 담은 와인들을 몇 병 소개해 드릴까 합니다. 날씨를 품은 와인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2. 햇살을 품은 와인 - 나파밸리 까베르네 소비뇽

햇살을 잔뜩 머금고 자란 과일에서는 당분이 많이 느껴집니다. 다른 과일보다 훨씬 달달하게 느껴지고 싱그러운 풍미도 일품입니다. 이런 과일로 와인을 만들게 되면 와인도 마찬가지로 과일향을 가득 품게 되죠. ( 사진 : eyoom.net )

미국 나파밸리가 와인 산지로 유명하게 된 것도 이 때문입니다. 강수량이 항상 적당한 수준으로 유지되고 햇살도 가득 비쳐주니 과일이 잘 자랄 수 밖에 없는거죠. 그래서 나파 밸리 까베르네 소비뇽에서는 과일향, 특히 블랙베리류의 향미가 많이 느껴집니다.

여기서 블랙베리에 대한 얘기를 조금 하겠습니다. 흔히 와인을 표현할 때 레드 베리류의 향이 난다 혹은 블랙 베리류의 향이 난다 이런 표현들을 합니다. 레드 베리류는 딸기향 / 체리향같은 향미를 일컫습니다. 이런 향들은 와인이 아직 성숙하지 않을 때 느껴지는 향미입니다. 혹은 피노 누아 / 가메 / 네비올로 품종에서 이런 향기가 느껴지죠.

반대로 블랙베리는 포도가 충분히 익었을 때 나는 풍미로 보다 달달하고 깊은 풍미가 느껴집니다. 마치 말린 과일과 같은 풍미가 느껴질 때도 있죠. 개인 호불호가 갈리지만 개인적으로 저는 달달한 과일 풍미를 좋아해서 블랙 베리류의 향미를 더 좋아하는 편입니다. 



3. 빗소리가 들리는 와인 - 이탈리아 아스티

빗소리 좋아하시나요. 저는 가끔 공부가 안 될 때 /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때 유튜브로 빗소리를 듣습니다. https://youtu.be/j5BEPRJd3Aw 제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영상이에요, 지치셨다면 한 번 들어보시는 거 추천해드립니다. ( 사진 : blog.ohmynews.com )

이런 빗소리를 담은 와인을 떠올리자면 저는 이탈리아의 아스티가 생각나요. 왠지 이름이 익숙하시죠? 아스티는 모스카토 다스티의 그 아스티입니다. 다스티는 조사 d 가 붙어서 읽을 때 다스티로 읽히는 것이죠, 아스티는 이탈리아 지역의 이름입니다. 

이 아스티 지방에서 스파클링을 만들 때는 발효 도중 두 차례에 걸쳐서 발효를 중단시킵니다. 이를 통해서 당분을 완전 치완시키는 것이 아닌 일정 당분을 남기게 되어 마셨을 때 달달함이 느껴지죠.

그리고 이 아스티 와인의 특징은 엔젤링이 보인다는 겁니다. 기포가 와인 표면에 하얗게 끼어있어요. 사실 학원에서 수업을 들을 때 이런 것이 탱크 방식으로 스파클링을 만들어서 생기는 안 좋은 특징이라고 배웠습니다만, 개인적으로는 기포가 하얗게 보여서 좋았어요. 더 낭만적인 느낌이 났거든요. 

그리고 자세히 와인에 귀를 기울이면 마치 빗소리처럼 기포가 포득포득 터지는 소리가 들립니다. 마치 비가 내리는 것 같은데, 가끔 울적할 때 스트레스를 받을 때 빗소리와 함께 아스티 와인 한 잔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4. 흰 눈을 소복히 담은 - 프랑스 샤블리

흰 눈이 소복히 쌓여있는 밖을 상상하면 조용하지만 설레는 분위기가 떠오릅니다. 왠지 모르지만 기분 좋은 일이 일어날 것 같은 느낌을 줍니다. 마치 음식을 먹기 전에 식욕을 기분 좋게 붇돋아 주는 아페리티프(식전주)같습니다. ( 사진 : sbs 뉴스 )

식전주하면 역시 산미가 높은 화이트 와인이 제격입니다. 달달한 와인을 마실 수도 있겠지만 잘못하면 너무 부담스러워서 본 식사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칠 수도 있기 때문인데요, 그래서 제일 적당하다고 생각되는 와인이 바로 샤블리입니다. 

샤블리는 프랑스의 한 지역으로 산미있는 샤르도네를 잘 만드는 지역입니다. 과거에 바다였던 곳이라 석회질 토양으로 되어있어 어떤 와인에서는 조개를 태운 듯한 향미가 느껴지기도 하는 독특한 와인이죠.

하지만 이 와인의 가장 큰 특징은 입 안이 쪼그라드는 듯한 강한 산미입니다. 마시면 기분이 상쾌해져요. 그래서 이 와인을 마신 뒤에는 무언가 기분 좋은 일이 일어날 듯한 기대감마저 생깁니다. 

나이가 든다는 건 어쩌면 점점 기대를 하는 일이 줄어든다는 걸 의미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기분이 들때마다 가볍게 샤블리 한 잔 어떠신가요. 나도 모르게 작은 기대감이 마음 속에 피어나게 될 겁니다. 


댓글
댓글쓰기 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