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와인 잡담

왜 하필 와인이었을까

가볍게, 즐겁게 푸른낙엽 2018. 6. 9. 13:21

1. 경우의 수


왜 하필 와인이었을까. 문득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과거 제가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선택지들 가운데에서 왜 나는 와인이라는, 내 주변 사람들 중에서 아무도 와인에 대해서 잘 알고 있지 못하는 그 상황에서 왜 나는 와인을 선택한 것일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해봤자 크게 돈되는 것 아니고, 오히려 배우면 배울수록 더 많은 돈이 드는 와인인데 왜 나는 이런 돈 빠지는 구멍같은 와인을 선택한 것일까라는 생각을 종종합니다. ( 사진 : 와인타임 )


그런데, 와인이 조금 특별하긴 합니다. 뭐 이것도 저라는 사람에 한정했을 때 가능한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와인에는 엄청 다양한 경우의 수가 존재해요. 만들어지는 포도 품종만 하더라도 수만종이 있고, 물론 주로 쓰이는 품종은 정해져있지만, 또 그 품종들을 어떻게 블렌딩하느냐에 따라서도 다른 맛을 냅니다. 그리고 또 어떤 양조과정을 거치느냐에 따라서 같은 품종이어도 전혀 다른 맛을 내는 것이 바로 와인이죠. 


그리고 또 같은 와인, 같은 방식으로 만들어도 만들어진 년도가 다르면 또 다른 인상을 주는 와인이 탄생합니다. 신의 물방울이라는 만화를 보면 이런 차이점을 이용해서 다야한 스토리가 전개가 되죠. 이렇게 와인은 정말 무궁무진합니다. 무한에 가까운 가능성 때문에 와인을 '안다'라고 말하는 거는 사실 상 불가능 한 것 같아요.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와인을 공부한다는 것보다는, 와인을 음미한다라는 표현이 와인을 다가가는 데있어 좋은 태도가 아닌가 싶습니다. 평가하려 들지말고, 값어치를 따지려 들지않고, 비교하려 하지말고, 그 자체를 온전히 느끼려고하는 자세가 와인과 보다 친근해지는 데 좋은 태도가 아닐까싶습니다.




2. 와인 로또


가끔 와인 로또가 터질 때가 있습니다. 저번에 와인 모임을 운영 중이었을 때 회원 중 한 명이 마트에서 만난 프랑스인이 추천해준 와인이라면서 들고온 것이 있었습니다.가격이 1만원도 안 했어요, 9900원이었으니깐요. 그저 그런 와인일줄 알았는데, 마셔보니 맛있었습니다. 괜찮았어요, 왠만한 2-3만원 가격대 와인의 느낌이었습니다. 이러 게 바로 와인 로또 터진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 사진 : VinePair )


다른 술의 경우에는 보통 이 가격때는 이 정도의 맛, 이런 것들이 정해져있는데 와인에는 이런 게 별로 없는 것 같아요. 비싸다고 무조건 특정 퀄리티의 맛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고, 싸다고 해서 무조건 저렴한 맛이나고 이런 것이 아닙니다. 슈퍼 세컨드라고 해서, 때로는 무등급이나 낮은 등급의 와인들이 고급 와인보다 더 좋은 맛을 내는 경우도 종종있습니다. 


그러니 나중에 와인을 사시거나, 레스토랑에서 주문할 때 꼭 비싼 와인을 고집하시지 않으셔도 좋습니다. 아마 직원은 비싼 것을 권할 수도 있겠지만 굳이 그것을 따를 필요도 없어요. 솔직히 아무리 비싸고 고급이라고 해도 내 입맛에 안 맞으면 아닌 거에요. 그러니 자신의 입맛에 맞는 와인이 어떤 것인지 찾으려고 하는 것이 더 중요하겠습니다. 



3. 내 자취


왜 하필 와인이었을까라는 생각을 지금도 하지만, 어쩔 때는 그래 역시 와인이었어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특히 사람들과 관계를 맺을 때 꽤나 유용합니다. 취미를 얘기할 때 가끔 와인 마시는 거 좋아해요, 라고 얘기를 하면 사람들이 관심을 갖습니다. 그래서 와인 얘기를 너무 깊게 가지 않는 선에서 적당하게 이야기하면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좋아하더라구요. 관심 받기 좋아하는 제 성격에 딱 맞는 이야기 소재거리인 셈입니다. ( 사진 : Depositphotos 스톡 사진)


관심받으려고 애쓴다라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이런 건 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 저만의 캐릭터가 잡히잖아요. 지금 당장만 보더라도 아직 제 또래 중에서 와인에 크게 관심갖는 사람들은 많이 없습니다. 있다쳐도 가볍게 레드 와인은 고기 화이트 와인은 생선 이 정도가 대부분이죠. 이럴 때 내가 남들보다 조금 더 아는 부분을 이야기 해주면 확실히 상대방 기억 속에 나라는 사람의 자취를 남기는 데 유용한 것 같아요. 


돌이켜보면 이미 충분히 왜 와인을 시작했는지에 대한 대답을 저는 갖고 있었네요. 아직도 어렵고, 와인을 많이 느끼지 못하고 있고 그렇지만 그래도 앞으로 남은 시간들이 많기에 조급해하지않고 여유있게 음미해보려고 합니다.


왜 하필 와인이었을까, 나한테 필요했던 것이 와인이었으니깐. 


추천 포스팅 >>


1. 와인과 시간 :: http://winestory.tistory.com/129


2. 한국 음식과 와인 :: http://winestory.tistory.com/132


3. 누벨 퀴진, 프랑스 식문화 :: http://winestory.tistory.com/139

댓글
댓글쓰기 폼